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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 투표하자] 5ㆍ24조치 2년, 남북경협의 불씨 되살리자 <上>

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개성공단 입주예정기업 (주)겨레사랑 대표

 

5ㆍ24조치 2년, 남북경협에 무엇을 남겼나

2010년 5월 24일 통일부장관 명의로 발표된 '천안함 사태 관련 대북조치 발표문', 소위 '5ㆍ24조치'가 발표된 지 이제 2년이 넘었다. '5ㆍ24조치'는 크게 5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중 남북경협에 해당되는 조항은 "2항 남북교역 중단,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 3항 방북 불허, 북한 주민 접촉 제한. 4항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확대 금지, 개성공단 신규진출과 투자 확대 불허. 생산활동은 지속되도록 하되 체류인원 축소・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1989년 노태우 정부의 7ㆍ7 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북경협은 그간 남북 간의 여러 이유로 8차례 이상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했던 전례가 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남북경협기업들은 5ㆍ24조치 역시 우여 곡절 끝에 조만간에 재개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이제나 저제나 5ㆍ24조치의 부분적 해제만이라도 바랐던 많은 경협기업들의 기대는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5ㆍ24조치 2년을 맞아 여기저기에서 해당 조치의 실효성과 존치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명명백백한 사실 하나는 5ㆍ24조치로 인해 남북경협은 존망의 기로에 처해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5월 현재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은 중단상태이다. 금강산관광은 중단된 지 4년이 다 돼 가고, 내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 그리고 경협사업자들은 폐업을 하거나 거리로 내몰려 있고 대부분은 이미 빈사상태에 처해 있다. 몇 개의 기업이나 생존해 있는지, 그리고 개별 기업들에게 피해가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이다.

▲ 지난 5월 개성공단 전경. ⓒ뉴시스


개성공단의 명과 암, 후발기업과 입주예정기업들의 무덤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는 많은 이들은 개성공단만은 예외가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이는 동전의 앞면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물론 5ㆍ24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2년 4월 현재 가동 중인 123개 기업에서 5만2000여 명의 북측근로자와 1000여 명의 남측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고, 전면 금지되었던 공장 증개축 제한 등도 공장용지에 한해서는 2011년 10월과 2012년 2월 2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 해제되었다.

그러나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개성공단 역시 원자재 및 설비의 반출입, 그리고 체류인원 등의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무엇보다도 시범단지에 입주한 초기 기업 십수 개를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2003년 공단 조성에 나선 이후 대북한 리스크 때문에 입주가 부진하자 초기 입주기업들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 및 분양대금 지원 등 상당한 지원들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시범단지 입주기업들이 통일냄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서 개성공단은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유일한 탈출구로 인식되었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성장가능성을 중국, 베트남 등지와 비교하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2007년 1단계 10만평부지에 대한 분양에 들어갔고, 상업용지 3필지를 포함한 이 분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인력공급 부족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는 남과 북이 기숙사를 지어 해소하겠다는 발표로 이어지면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0ㆍ4선언은 그 절정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다. 인수위원회에서 통일부의 존폐여부가 논란이 되더니,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사업자들에 대한 제반 인허가, 승인 사항들이 지연되거나 법정 기한을 다 채우고 나서야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했다.

경협기업들의 어려움은 이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5ㆍ24조치 이전에 이미 기숙사 건설 합의가 무산되면서 인력공급을 제대로 적시에 받지 못한 기업들은 공장을 지어놓고도 설비를 놀리는 현상이 발생해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공장가동에 3000명이 필요한데도 500명도 안되는 근로자만 공급받는 일도 있었다. 이로 인해 기업들 간에 북측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북측 근로자 평균임금이 약 110달러 정도이지만 해당 기업과 업종에 따라서는 이미 그 2배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아울러 보상가능성이 전혀 없는 북측 보험에의 가입 강요, 점증하는 근로자 처우 개선 요구 역시 기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입주한 기업들의 경우와는 달리 상업용지 전 필지를 포함한 입주예정기업의 경우 신규투자 금지조치에 의해 입주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경우 자산만 취득하고 재산권 행사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으나 통일부는 묵묵부답이다.

이렇듯 개성공단도 시범단지 입주기업 십 수 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국내 모기업들은 개성공단의 투자가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상환 압박과 더불어 대북리스크를 반영한 고금리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2011년 8월 개성공단 가동기업 123개 업체 중 약 50여 개의 업체가 기존 금융권의 고금리 부채를 정부가 운용하는 저리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 등으로 대체해 줄 것을 청원하기도 했으나 답은 불가하다는 답변뿐이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아니면 정부가 인수하거나 재난지역 선포 검토해야

2008년 7월 11일 남측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벌써 4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5ㆍ24조치 이전에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금강산지구기업협의회」에 따르면 2012년 5월 현재 32개 사업자 중 19개만이 생존해 있다고 한다.

금강산지구의 경우 현대아산이 독점사업자이고, 기업협의회 소속 사업자들은 현대아산의 협력업체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현대아산과 통일부 사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있다. 현대아산은 관광중단의 사유를 정부 측의 조치로 인한 것이니 통일부에 가서 따지라는 식이고, 통일부는 현대아산과 계약을 했으니 현대아산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식이다.

금강산지구 사업자들은 통일부와 현대아산이 공히 관광 중단의 책임이 있으니, 이들이 함께 이에 대한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재개가 어렵다면 과거 현대아산이 경영난에 처해 있을 때 한국관광공사가 동관면세점, 목욕탕, 공연관 등을 약 600여 억원에 인수했던 전례를 들어 추정가 약 200억 원에 달하는 사업자들의 자산을 일괄인수하거나, 국내와 같이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이에 합당하는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단절된 남북경협을 재개하는 데 가장 손쉬운 돌파구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이미 중단된지 4년이 경과하고 있는 이들 사업장은 제반 시설을 복구하고 영업을 정상화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용 역시 해당 사업자들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부가 정녕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부터 세우고 사업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경협사업자,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이 가장 큰 타격

5 ㆍ24조치로 가장 궤멸적 타격을 입은 영역이 경협사업자,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이다. 오늘날 남북 간의 거래 실적은 개성공단 실적과 동일하다. 이는 남북 간의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이 전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과 달리 경협사업자,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은 평양, 남포, 라선, 해주, 개성 등을 위시한 북한의 내륙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들은 극도로 외부 개방에 제한적인 북한이라는 사회에서 북한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경협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남북경협의 역사에서 1989년의 7ㆍ7선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사업이기도 하다. 이들이야말로 통일의 전령사로서 북한사회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어려움 속에서도 전개해 온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단절돼 있다. 특히 이들 사업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극히 영세한 수준이어서 그 피해의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북한에 투자한 시설과 기자재는 이미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들이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기업이 교육시킨 북측 인력들은 해외투자자 및 바이어들을 위한 수출 주문 소화동원되고 있다. 이들 바이어들은 우리 기업보다 좋은 조건으로 단가도 계약하고, 수량도 대규모로 주문하고 있어, 설령 일정 시점에 우리 기업의 북한 주민 접촉이 허용된다고 해도 이러한 제작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북 봉쇄 조치로 단행한 5ㆍ24조치가 북한에 대한 봉쇄가 아니라 우리 기업을 봉쇄하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특히 자원의 경우 기업에 따라서는 1000만 달러 이상의 선금이나 시설 투자를 선행해놓고도 자원들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자원에 대해서는 북한에 건네지는 자금이 북한 군부로 전달된다는 막연한 추측 속에 5ㆍ24 이전인 2009년부터 이미 사업을 중단시켰다. 모래와 같은 경우 국내에 모래가 품귀현상을 빚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서둘러 사업을 허가했었다. 그러나 북한에 건네진 자금의 전용문제가 제기되자 곧바로 수입을 중단시켰다. 하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중단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급한 대금에 대한 자원만이라도 들여와야 할 것 아닌가? 최근 우여곡절 끝에 개성에서 북측 당국자를 만난 한 사업자의 경우 북측에서 그간 물건을 가져가지 않아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더라는 이야기는 경협사업자들이 처한 고통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5ㆍ24조치 해제와 무관하게 이들 사업자들이 개성 등에서 북측의 상대방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자신들이 투자한 설비 상태만이라도 방문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기업프렌들리,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 아닌가?

 

기사입력 2012-06-05 오전 10:34:01

 


기사출처: 프레시안(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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